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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지가사키

With You - 당신의 리얼과 그녀들의 허구

젠카이노 러브라이브...?

'러브라이브! 시리즈'의 새로운 스쿨아이돌,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아이돌 동호회'에 대해서 논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이미 이 시점에서 어렵게 느껴질 정도죠. '러브라이브!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이라는 표현도, '러브라이브! 시리즈'의 새로운 '그룹'이라는 표현도,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거든요. 완전히 잘못된 표현은 아니지만, 이건 아니지, 싶잖아요.

단순히 호칭뿐만 아니라, 형태, 구성, 방향성, 방침, 매체 등등 다양한 요소에 있어 지금까지의 '러브라이브!'와는 다르니까, 무엇을 이야기하더라도 기존의 작법을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별개의 컨텐츠로서 이야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이건 분명히 스쿨아이돌의 이야기니까요. 모든 게 변하고, 제작진마저 대부분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러브라이브! School Idol Project'라는 이름을 짊어지는 것은, 스쿨아이돌이야말로, 오직 그것만이 시리즈의 본질이기에 그런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새로운 '러브라이브!'를 환영하죠. 괜찮아요. '러브라이브!'는 기대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그건 이미 검증된 사실이잖아요.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스타트까지는 좋았습니다만, 그 후의 행적은, 솔직히 말해서 삽질이었습니다. 스쿠스타라고 하는 게임을 위해 만들어진 컨텐츠인데, 기반이 되어야 할 스쿠스타가 몇 년이고 연기되었으니, 그야 길을 잃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기어이 게임 미디어 연재마저 중단되었던 시기의 암울한 심정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분들도 적지 않겠죠.

노래하지 못하고. 춤추지 못하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전하지 못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고. 그저 흩어진 조각만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완성되지 않는 퍼즐 조각이요.

물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알아요. 하지만, 어쨌든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나 미래를 위한 준비나 경험이라 여길 수 있는 것이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애초에 나아가고는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당시에는 그런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그걸 삽질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러나 제가, 오타쿠들이, 세상이 뭐라고 평가하든 간에,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아이돌 동호회'는 흩어진 조각을 계속 만들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죠. 보증이 없어도, 확신이 없어도, 멈출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리고, 드디어 스쿠스타가 서비스를 개시하고, 이번 1st 라이브를 맞이했습니다.

 

러브라이브!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아이돌 동호회 First Live "With You"

이 라이브에 대해서 논하는 건, 라이브 타이틀밖에 적지 않은 이 시점에서 이미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째선지 'First LoveLive!'가 아니라 'First Live'잖아요. Aqours에서 파생된 각 유닛의 라이브조차도 'First LoveLive!'인데요.

거기에 어떤 이유나 의도가 있는지는 모르겠고, 추측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확실히 러브라이브!답지 않은 라이브가 될 것 같기는 하네'라는 것쯤은 누구나 생각했을 거예요. 9명으로 구성된 화려한 퍼포먼스나 2차원의 세계를 재현하는 싱크로 라이브 같은, '러브라이브!'가 9년 간 쌓아온 작법을, 니지가사키는 제대로 구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관객의 대부분은 기존 시리즈의 팬이에요. 새로운 '러브라이브!'는 어떤지 일단 한 번 봐주기는 하겠다는 느낌의 관객도 많았겠죠. Aqours는 기존의 작법과 새로운 특성을 양립하는 것으로 기존 팬에게 어필했습니다만, 니지가사키는 아직 실체를 알 수 없는 '새로움'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빈말으로라도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는 싸움이죠.

하지만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아이돌 동호회'는, 이겼습니다. 초기부터 따라와준 팬도, 스쿠스타로 들어온 팬도, 스쿠스타조차 하지 않은 사람마저도, 캐릭터와 캐스트들에게 '다이스키'라는 말을 외쳤습니다.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아이돌 동호회'의 방침에 대한 찬반과는 별개로, 스테이지 위의 9명은 관객 모두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그러니까, 라이브는 대성공이었다고 할 수 있겠죠.

흩어진 조각들이 모여서, 이윽고 '당신과 이루는 이야기'라는 완성된 그림이 된 순간. 그 장소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오직 하나뿐인 '당신'의 리얼

'러브라이브!'의 라이브에 대해 논하자면, 역시 제일 먼저 꺼내야 하는 건 싱크로 라이브 이야기죠. 이미 존재하는 2차원의 영상이나 가상의 이야기를 현실에서 재현하는 형태의 라이브. 하지만 지금의 니지가사키는 그걸 구사할 수 없다고 위에서도 언급했었습니다.

물론 아예 쓸 수 없는 건 아닙니다. 패 자체는 있어요. 하지만 영상이 있는 곡은 전체의 절반, 그건 교내 매칭 페스티벌에서 이미 써먹었죠. 니지가사키의 서사인 스쿠스타의 메인 스토리는 곡과의 연관성이 적고,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라이브에서 재현하기는 영 좋지 않습니다. 그런 패를 쥐고 선배들 흉내를 내려고 해봐야, 단순한 하위 호환이 될 뿐입니다. 3세대인데 진보는커녕 열화해서야 쓰겠나요.

거기서 등장하는 비장의 카드가 바로 '당신'의 존재입니다.

아시다시피,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아이돌 동호회'는 소비자인 '당신'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취급하고 있고, 스쿨아이돌 또한 '당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니지가사키의 대표격인 우에하라 아유무가 (전작까지와는 달리) 창설자나 리더가 아닌, 동호회의 부장인 '당신'의 소꿉친구라고 하는 것만 봐도 알기 쉽죠.

물론 μ's나 Aqours의 이야기에도 당신의 존재는 있습니다. 10번째 멤버라는 것은 μ's 시절에 만들어진 개념이고, Aqours는 그것을 더욱 강조해 서사의 축으로 삼고 있죠. 외부인인 당신의 응원과 협력이 있었기에 해낼 수 있었다고 하는 건, 그야말로 '다 함께 이루는 이야기'라는 캐치프레이즈 그대로죠. 독자참가형 기획으로 시작한 '러브라이브!'는 그런 컨텐츠였습니다.

자, 차이점은 벌써 제시되었습니다. 그렇죠,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아이돌 동호회에게 있어 '당신'은 외부의 협력자가 아니라 내부의 주인공인 것입니다. 스테이지에 서는 것은, 관객이 보는 것은 '반짝이는 우상'도 '우리들의 대표자'도 아닙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그 애'죠. '그 애'랑 둘이서 준비한 라이브를 보러 온 거예요. '그 애'의 라이브를 보러 왔으니 스테이지 위에 있는 것 또한 낯선 연기자가 아니라 당연히 '그 애'고요. 이전보다도 더 가까운 거리감. 더 깊은 서사의 층위. 그것이 바로 '당신과 이루는 이야기'이며 'With You'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미숙하지만 자신의 반짝임을 찾아낸 소꿉친구의 스테이지를 지켜보거나, 이상의 무대를 만들어낸 후배의 퍼포먼스에 압도당하거나. 기술이나 안전 같은 현실적 문제가 아니라, 마음을 전하겠다는 이유로 리나쨩 보드를 벗고 임하는 라이브를 보거나. 끝난 후에는 라이브의 감상을 '그 애'랑 직접 이야기하죠. 라이브 최고였지, 우리들 열심히 했지, 하고.

재현된 타인의 이야기를 한 번 더 보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라이브는 이미 체험했던 과거의 것이 아니라,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래의 것입니다. 스스로 만들어낸 눈 앞의 미래. 그런 자신의 서사를 리얼한 공간과 리얼한 시간 속에서 체험하는 거죠. 그리고 라이브 종료 후, 픽션의 세계에서 그 뒷내용을 즐기고요. 그건 무척이나 심리스한 흐름입니다. 순간적으로 겹쳐진 두 개의 세계를 관측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뿐인 '당신'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싱크로 라이브.

그 낯선 체험으로 만들어지는 감정의 크기는, '러브라이브!'의 싱크로 라이브에 익숙한 사람에게 있어서도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그룹 활동을 바탕으로 한 '모두의 이야기'가 아니라, 솔로 활동을 바탕으로 한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축으로 삼고 있는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아이돌 동호회'이기에 가능한 형태라고 생각해요.

그야 아직 미숙한 부분도 많은 라이브였지만. '러브라이브!'로서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하면서도, 이미 완성된 기존의 형태에 지지 않는 열기를 느끼게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기엔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당신'과 그녀들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품기에도, 충분하고도 남았을 겁니다.

 

언더독한 그녀들의 허구

라이브를 본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녀들을 응원해야 해'라는 감상을 품었을 거고,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좀 이상해요.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평소에 그런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도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생각하도록 유도당했어요.

예를 들면, μ's와 Aqours의 라이브. 저는 어떤 '강한 것'을 보았고, 그 강함을 사랑했고, 그걸 좀 더 보고 싶어서 그녀들을 따라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말하자면 '보여줬으니까 응원했다'는 거죠. 저는 그런 방식의 소비를 하는 오타쿠입니다.

하지만 니지가사키의 라이브는 좀 달랐어요. 물론 '강한 것'을 본 순간도 있었지만, 설명했듯이 '강한 것'에서 나오는 감정은 '응원하고 싶다'지 '응원해야 한다'가 아닙니다. 그럴 터인데도, 왜인지, 그녀들이 좀 더 대단한 무언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그녀들을 응원해야만 한다,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보여줬으면 좋겠으니까 응원해야 해. 소비라기보단 투자에 가깝습니다. 근거라고는 막연한 감정밖에 없는 투자요.

그건 무척 언더독한 느낌의 감정입니다. 그녀들이 언더독이라니, 실제로는 절대 그럴 리가 없는데도요.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죠. 예를 들면, 공연장. 무사시노모리 종합 스포츠 플라자. 뭐 첫 공연이고, 지금은 그닥 인기 있는 편도 아니고, 이 정도가 무난하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주위 사람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고요. 하지만 Aqours 1st 때는 어땠던가요. 처음부터 이렇게 큰 공연장이네. 대단하네.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갔죠. 하지만 실제 관객수는 약 10000명과 12000명으로, 별로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런 착각 비슷한 감각이 잔뜩 느껴졌던 라이브였습니다.

삽질하고 있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겠죠. 지금까지 잘 안 풀렸다는 인상이 강하니까요. 러브라이버만 채워넣은 Twitter 타임라인에서도 니지가사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적었고, 공식 계정의 리트윗수나 유튜브 동영상 재생수도 선배들보다 적으니, 별로 인기 없네, 싶었죠. 니지가사키 팬이 아니라 시리즈의 팬으로서 온 관객도 많았고, 혹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바로 그런 관객일 수도 있고요. 현지에서도 아쿠아나 뮤즈의 굿즈만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었고. 그러니 순수하게 니지가사키를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

그리고, 여러 감정이 폭발했던 캐스트들의 MC도 크죠. 단순히 '실력과 경험이 부족해서 고생이었다'라는, 아마 시간이 해결해주는 타입의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의 경력이나 감정, 불안정한 환경 등, 본인으로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어요. 게다가 그녀들(의 배역)과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는 거리감이, 그 메시지를 더욱 더 증폭시켰습니다. 이 라이브는, 그녀들은, 다름 아닌 '당신'에게 말을 걸고 있거든요. 단순히 타인의 성공 뒤에 감춰진 약간의 고생담 같은 걸로 느껴지지 않는 거죠.

그러니까 '당신'은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 세상에, 내가 보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나 라이브의 선택지는 얼마든지 있지만, 지금 그녀들에게 필요한 나를 대신할 사람은 없다. 내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응원해야만 한다그건 마치, 언더그라운드의 오타쿠 같은 감각입니다.

하지만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아이돌 동호회'는 '러브라이브! 시리즈'라고 하는 대형 브랜드의 컨텐츠입니다. 1st에서 갑자기 10000명을 동원하는 건 상식적으로 대단한 일이죠. 강력한 자본 밑에서 움직이고 있기도 하고요. 실제로 Aqours는 그런 이미지였고, 그래서 선배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몇 년이나 고생했었죠. 그 후계자인 니지가사키 또한 원래는 언더그라운드나 마이너 같은 단어라는 거리가 먼 거죠.

즉, 그녀들에게서 느껴지는 언더독한 분위기는, 허구입니다. 픽션 속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를 덮어씌우는 허구. 의도된 부분도 있고, 유도된 부분도 있고, 그냥 우연히 그렇게 된 부분도 있어요. 여러가지 요소와 상황이 합쳐져서 완성된, 사람의 감각을 속이는 기교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문제될 건 없습니다. 1st 라이브에서 우리들이 느낀 '앞으로도 그녀들을 응원하자'는 감정은, 틀림 없는 '리얼'이기 때문입니다.

허구라고 해서, 거기서 만들어진 감정이 가짜라는 법은 없습니다. 원래 픽션이란 게 그렇죠. 만들어진 가공의 이야기를 즐기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것이 오타쿠 아닌가요. 사실과는 다른 감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오히려 대단한 일이고, 이성적으로는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감정적으로는 '좀 더 내 소꿉친구를 밀어줘야 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죠. 대체 저 말고 누가 아유무쨩을 도와주겠어요? 저밖에, 주인공인 '당신'밖에 없는 거죠.

허구에서 만들어지는 리얼. 그건 그야말로 '러브라이브!'답다고 생각합니다.

 

괴로운 리얼과 '다이스키'의 허구

1st 라이브의 헤드라이너 유키 세츠나 역을 맡은 쿠스노키 토모리씨는, '다이스키'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다른 캐스트들도 각자의 마음을 털어놓았죠. 그 이야기들의 뒷배경 중 하나는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아이돌 동호회'의 '솔로로 경쟁한다'는 시스템입니다.

이번 라이브에서도 헤드라이너나 관객의 투표에 의한 앵콜이라는 요소가 있었죠.

찬반이 갈린다고밖엔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를 해왔죠.

비판을 보고 있으면, 'MIRACLE WAVE'가 생각납니다. 그것도 많은 비판을 받았죠. 캐스트한테 무리시키지 마라. 이번엔 뭐 '우리 애들한테 부르기 어려운 곡 주지 마라' 같은 말을 하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근데 그런 식이라면, 그녀들은 대체 뭘 할 수 있는 걸까요. 어려운 퍼포먼스니까 안 시킨다. 지치니까 일을 조금만 준다. 그건 무슨 유치원 학예회 같잖아요. 우리들이 사랑에 빠진 프로의 무대가 아니라요.

물론 크리에이터의 권리는 중요합니다만, 소비자가 그것을 작품의 가치나 크리에이터의 의향보다도 우선시하는 것은 이상합니다. 그럴 거면 차라리 모금이라도 해서 평생 놀고 먹을 돈을 쥐어주고, 은퇴시킨 후 편안히 살게 해주면 될 일입니다만, 오타쿠는 그렇게 안 하죠.

네, 뭐, 알아요. 그렇게까지 하라고는 안 했다, 같은 말을 하시겠죠. 하지만 '그렇게까지'의 범위는 누가 정하는 걸까요. 딱히 백덤블링 같은 거 안 해도 스테이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이상은 부상의 위험이 따라오고, 딱히 투표 같은 거 안 해도 아이돌로서 활동하는 이상은 정신적인 부담이 따라옵니다.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는 훨씬 많은 문제들이 있을 거고, 그 원인을 근절할 방법 같은 건 역시 은퇴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녀들은 프로입니다. 스포츠 선수가 고된 훈련을 받고 있다고 해서, 죽음의 가능성조차 있는 그라운드를 달린다고 해서, 불쌍하니까 그만 부려먹으라고 하는 말을 듣던가요? 안 듣죠. 그건 진지하게 노력하는 프로에 대한 모욕이니까요. 그런데도 아이돌은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프로가 아니라, 그냥 귀엽기만 한 '친하게 지내는 사이'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들은 어째서 괴로웠던 이야기 또한 털어놓은 걸까요? 그건 결코 '이런 일은 그만하고 싶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었잖아요. 그건 크리에이터로서, 퍼포머로서, 더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니까, 자신의 역할에 진지하게 임했으니까 생겨난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이 바로 가치를 만들죠. 1st 라이브를 단순히 노래와 댄스를 즐길 수 있는 라이브가 아닌, 수많은 마음과 사랑이 모여드는 장소로 만든 가치를요.

그 가치에 이끌려 팬이 된 인간이, 그 가치의 기반이 되는 구조를, 그 가치로 이어지는 과정을, 무가치하고 무의미하니까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건 모순적이지 않은가요.

단순히 경쟁뿐만 아니라, 아이돌이라는 존재 자체가, 굉장히 일그러진 사회구조의 산물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고민하고 노력해서 만들어낸 반짝임마저 부정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니지가사키의 시스템 또한, 결국에는 이 글에서 이야기한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아이돌 동호회만의 반짝임'으로 이어져 있는 거예요. 물론 그 시스템에서만 나온 가치는 아닙니다만, 우리들의 리얼에, 그녀들의 허구에, 캐스트의 마음에, 큰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합니다.

딱히 시스템을 덮어두고 긍정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좋지 않은 측면이나 미숙한 부분이 있는 것도 확실하고, 그건 앞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문제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상대방의 '다이스키'를 서로 존중할 수 있도록. 좀 더 '다이스키'로 가득한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그건 지금처럼 네거티브를 유도하는 시스템인 채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건, '공식'만의 사명이 아닙니다. 우리들도 변할 필요가 있어요. 아무리 선량한 시스템일지라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악의로 가득차 있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캐스트의 MC에도 오타쿠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죠. 공식인지 뭔지 하는 애매한 집단은 커다란 목소리로 비판하면서, 오타쿠들의 문제는 못 들은 척 '일부의 문제니까'하고 넘어가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해요. 이대로 서로 증오하기만 해서는, 무엇 하나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유키 세츠나의 야망을 실현시키는 건, 쿠스노키씨의 말대로,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겠죠. 서로 증오하는 리얼을 '다이스키'의 허구로 덮어씌우는 게, 정말 가능하기는 할까요? 그게 정말 가능하면 세상이 이 꼬라지가 되진 않았을 텐데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그 야망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들이 그걸 이루고자 한다면, 당연히 제가 나서서 도와줘야겠죠. 응원해야만 하고요. 왜냐면, 이건 '당신과 이루는 이야기'니까요.

과연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아이돌 동호회'는 무모한 '다이스키'의 야망을 이룰 수 있을까요?

새로운 시대의 스쿨아이돌으로서, 자신들만의 반짝임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

그런 의문이 들었을 때, 저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겠죠.

"보여줬으면 좋겠으니까, 응원해야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