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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

극장판 러브라이브! - μ's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



젠카이노 러브라이브!


TVA 러브라이브! 2기에서, μ's는 해산을 결정했었습니다. 이건 무척이나 경악스러운 일이에요. 아이돌을 다루는 작품에서 끝이라는 건, 물론 언젠가 오기야 하겠지만, 절대로 그 언젠가라는 게 '지금'은 아니기 마련이거든요.


가끔 해산의 위기 같은 상황 같은 게 오기는 하죠. 하지만 그건 단순히 뛰어넘어야 할, 그리고 뛰어넘을 게 뻔한 고난이에요. 말하자면, 그건 일종의 과정인 거지, 결과로서 남는 무언가가 아닙니다.


물론 그 어떤 매체도 영원히 이어나갈 수는 없으니 결말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막을 내린 무대에서 아이돌은 영원히 아이돌인 채로 남아요. 중요한 라이브를 성공시키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면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하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작품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러나 μ's에게는 끝이 찾아왔습니다.


그건 μ's가 평범한 아이돌이 아니라 스쿨 아이돌이기 때문입니다. 스쿨 아이돌은 학생만이 할 수 있고, 학생은 졸업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기에 μ's는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당장 눈 앞에 닥친 현실로서 끝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녀들에겐 고작 1년이라는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으니까요..


모두가 동시에 졸업하는 건 아니니 남은 인원끼리 활동을 계속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μ's는 그런 가능성마저도 거부합니다. 2기에서 μ's가 내린 결론은, 이 9명이야말로 μ's라는 것. 1명이라도 빠지면 그건 더 이상 μ's가 아니니까, μ's는 여기까지. 타당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미련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끝나버린다는 슬픔에 다 같이 펑펑 울기도 하고, 졸업식 당일까지도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서 '먼저 마지막이라고 말한 사람이 쥬스 쏘기' 같은 내기를 하기도 하죠. 결국 졸업은 피할 수 없는 거니까 이런 결정을 내린 거지, 사실은 그녀들도 이런 식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은 거에요.


그야 그렇죠. 팬들도 아쉬워 죽겠는데, 당사자들이 아쉽지 않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바라지 않더라도 끝은 찾아옵니다. 졸업식마저 끝나고, 교문 앞에 선 μ's.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그걸로 이야기는 끝날 테지만, μ's는 쉽게 교문 밖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결국엔 학교로, 아이돌 연구부로 돌아가게 되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기뻐하면서요.


그런 식으로 끝나는 것도 괜찮을 거에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음에 나아가야 할 곳이 있고, 그러니 아직 '영원한 아이돌'로 남을 기회가 있습니다. 다른 작품들처럼요. 그럼 팬들도 기뻐할 테지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잠시 더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럼 그 너머의 이야기, 대망의 극장판 러브라이브! The School Idol Movie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다시, 선택의 기회
 

극장판의 주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세상 모두가 μ's의 존속을 바라고 있고, μ's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졸업하면 9명이 아니게 되니까 어쩔 수 없이 해산한다고? 그럼 졸업하고 나서도 9명으로 남을 수 있으면 계속할 거야? 라는 이야기인 거죠.


아까도 말했지만 2기에서의 선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런 결론을 낸 이상 다른 선택지는 존재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사람들은 스쿨 아이돌이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말합니다. 졸업해도 상관없다고. 어떤 형태로든 계속 μ's로 활동해달라. 그건 μ's의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요청처럼 보입니다. μ's로서 활동을 계속할 수도 있고, 심지어 세상 모두가 그렇게 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누가 봐도 거절할 이유가 없을 것 같지요. 아직 미련도 많이 남았잖아요. 이거야말로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요.


하지만 μ's는 어째선지 요청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멈춰섭니다. 심지어 μ's의 의향은 존속보다 해산 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기까지 해요. 그러면서도 쉽게 결정하지도 못하고 말이죠. 이런 식으로 망설인다는 건, 두 선택지가 서로 대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왜죠? 모처럼 기회가 생겼는데 왜 계속하지 않는 건가요?


 


μ's가 끝나야 하는 이유


존속을 선택하면 μ's는 더 이상 스쿨 아이돌이 아닙니다. 아마 프로 아이돌로 활동하게 되겠죠. 반대로 해산을 선택하면 μ's는 여기서 스쿨 아이돌인 채로 끝을 맞이하게 될 거에요.


아까도 말했듯이 μ's 멤버들의 의견은 해산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물론 존속에 대해 이야기하는 멤버도 있지만, 그녀들조차도 팬들이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주장을 할 뿐, 자기가 하고 싶어서라는 느낌은 아니죠. 딱 잘라 말하자면, μ's는 자신들이 스쿨 아이돌인 채로 끝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렇게 미련이 가득했는데도, 무슨 생각인지 계속한다는 선택지는 영 내키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 도대체 μ's에게 있어서 스쿨 아이돌은 무엇인가요?


호노카는 학교를 구하기 위해 스쿨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톱 아이돌' 그 자체를 목표로 삼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μ's에게 스쿨 아이돌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었어요. 그리고 호노카는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성공했습니다지. 1기의 주제처럼,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을 통해서.


하지만 학교를 구하고 난 후에도, 러브라이브 출전에 실패한 후에도, 호노카는 아이돌을 그만두지 않습니다. 목표가 다 없어졌는데도요. 심지어 러브라이브의 경우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형태로 실패했죠. 그 낙천적인 호노카도 그 일에는 꽤 충격을 받지만, 그래도 위로 몇 마디에, "그렇지, 열심히 하자!"하고 다시 일어섭니다.


그런 호노카가 꺾이게 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코토리의 이탈입니다.


그 때문에 호노카는 아이돌을 그만둔다고 선언하고, 그 때문에 μ's는 '해산한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어버리죠. μ's의 해산. 2기에서도 중요하게 등장하는 키워드였죠. 그리고 두 번의 해산이 가지는 공통점은 바로 멤버의 이탈입니다.


라이브가 실패해도,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아도, 유명해지지 못해도, 러브라이브에 나가지 못해도, μ's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그런 것을 바라고 노력한 게 아니었거든요. 퍼스트 라이브 직후, 호노카의 선언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그 시점에서 폐교 저지라는 목표는 최우선 순위에서 벗어나 있었어요.


스쿨 아이돌 활동을 통해 저마다의 목표를 달성한 그녀들은, 한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마음을 나눈 9명이 다 함께 모여 노력하는 게 너무나도 즐겁다고. 작품 내에서 몇 번쯤 호노카가 떠올리는 'μ's의 즐거운 추억'은 언제나, 빛나는 스테이지가 아니라 옥상 위의 연습 풍경이에요. 본의 아니게 스쿨 아이돌이 되었던 우미는 이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즐거워졌다고 말하죠. 마키는 3학년이 없는 μ's는 싫다고 말합니다.


μ's는 학창 시절이라는 '지금' 속에서 눈부신 빛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 빛을 따라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빛을 향해 달려가는, 다 함께 모여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하는, 스쿨 아이돌의 방식 그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스쿨 아이돌은, 어느샌가 목표 그 자체가 되어 있었어요.


그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한껏 빛나려고 하는 스쿨 아이돌'이 좋다고. '빛나는 아이돌'이 좋다는 게 아니에요. '빛나려고 하는 노력' 자체가 좋다는 이야기인 거죠.


그리고 그녀들은 이제 빛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가능성을 느끼고 나아갈' 수도 없고, '아직 어리지만 언젠가 하늘로 날아오를 아기새'도 아닙니다. '분하게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소녀들'은 더욱 아닐 테죠. μ's가 바랐던 건 이미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거의 다 이루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예전처럼 내일의 희망을 노래할 수는 없는 거에요.


그렇기에 지금의 그녀들이 노래하는 건 지금까지 '우리들이 이루어낸 기적'이고, '기적은 바로 지금 이 장소'라는 생각이며,'중요한 건 내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라는 깨달음입니다. 이 이상 빛을 끌어안고 나아가도 그녀들이 좋아했던 스쿨 아이돌은 아니게 될 거에요. 그러나 그녀들은 자신들이 마지막까지 스쿨 아이돌로 남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왜? 스쿨 아이돌이 좋으니까. 자신들은 스쿨 아이돌이니까.


그러므로 역시 μ's는 여기까지.


그건 예전처럼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에요. 가장 좋아하는 것을 가장 즐거운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 채로 남겨두기 위해서. 이상적인 μ's의 모습으로 남기 위해서. 1명이라도 빠지면 μ's가 아닌 것처럼, 내일의 μ's는 더 이상 자신들이 바라왔던 μ's가 아니게 될 테니까.


μ's는 지금이라는 시간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녀들은 스쿨 아이돌이니까요. 그래서 μ's는 바로 지금,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쿨 아이돌로서 끝나고자 하는 거에요.
 

 


그런데도 망설이는 이유


그런 확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μ's는 쉽게 해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망설이는 이유 또한, 그녀들이 스쿨 아이돌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애초에 러브라이브가 끝나면 해산한다는 결정을 뒤엎고 미국에 갔던 건, 다음 러브라이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 요컨대, 스쿨 아이돌을 위해서였잖아요? 이 당시에는 딱히 고민하지도 않습니다. 그야말로 다음 장면에는 바로 공항에 있을 정도죠. 나중엔 '그 때의 결심을 쉽게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데도.


아무래도 스쿨 아이돌은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는 그런 문화였던 것처럼 보여요. 호노카는 스쿨 아이돌에 대해서 잘 몰랐고, 오토노키자카에는 활동 중인 스쿨 아이돌이 없었습니다. 아이돌 연구부조차도 니코 한 사람 뿐이었죠. 게다가 극장판 후반부 μ's의 유명세는 러브라이브에 우승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후 해외 라이브가 성공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μ's의 이례적인 성공으로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어쩌면 μ's에게 쏟아지는 폭발적인 관심이 러브라이브를, 스쿨 아이돌 전체를 향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μ's가 필요한 거죠. μ's가 해산하면 거기에 쏠린 관심도 금방 식어버릴 테니까요.


μ's는 너무 높은 곳까지 왔고, 그 명예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주어졌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대로 하기만 해도 괜찮았던 이전과는 달리, 자신들의 선택이 어쩌면 수많은 것들을 무너뜨릴지도 모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망설일 수밖에 없는 거에요. '9명이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아쉬워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쿨 아이돌'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 학교를 지키고자 했던 그 때처럼.


μ's는 지금껏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해왔지만, 호노카가 말하는 대로, 그건 누군가의 기대에 응하고 싶다는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학교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 지켜봐주는 팬들의 성원에 응하기 위해서. μ's는 그런 식으로 달려왔어요. 그러니 누군가의 기대를 쉽게 저버릴 수는 없는 거죠.


빛나는 스쿨 아이돌로서 끝내고 싶다. 하지만 그런 스쿨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들 또한 지켜주고 싶다. μ's는 스쿨 아이돌을 좋아하기에 끝내고 싶어하고, 스쿨 아이돌을 좋아하기에 끝낼 수 없습니다. 그 가치는 동등해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죠.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시절을 떠올리다


고민하는 호노카에게 주어진 실마리는 여성 싱어의 경험담입니다. 그 경험담을 들을 당시의 호노카는 선택의 기로에 서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여성 싱어의 이야기에 집요한 관심을 보였었죠. 그 시점에서도 자신들의 선택에 대해 무언가 찝찝한 구석이 었었던 걸까요. 어쨌든 여성 싱어는 이렇게 말합니다.


"무엇을 위해 노래하는가? 어떻게 되고 싶었고, 무엇을 좋아했는가?"


최종적으로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서 제시되는 것은 '그 시절'입니다. 그 시절, 그러니까 회상 속 어린 시절의 호노카는 물웅덩이를 뛰어넘으려 하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계속 실패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왜 안 되냐며 짜증내고 초조해 하는 모습은 현재의 호노카와 비슷하지 않은가요.


거기에 여성 싱어의 물음을 대입해볼까요.


무엇을 위해 노래하는가. 애초에 어린 호노카는 왜 거기서 그러고 있었던 걸까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닐 텐데 말이에요. 공원에 있는 물웅덩이라는 건, 앞길을 막는 장벽이 아니니까 굳이 뛰어넘어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 이유는 묘사되지 않지만, 그래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잖아요..


하고 싶으니까, 뛰어넘으면 즐거울 거 같으니까. 처음엔 분명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을 거에요. 호노카는 그런 종류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고, 멤버들은 호노카의 그런 에너지에 이끌려 여기까지 온 거니까.


그런데 어느샌가,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사로잡혀 그 초심을 잃고 말았습니다. 즐거움의 상징이었을 터인 물웅덩이를, 스쿨 아이돌을, 넘어야 할 장벽으로 생각하게 되었죠. 짜증까지 내가며 고민해. 말했듯이, 그건 장벽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면서 '즐거운 일'이었을 텐데 말이에요.


그리고 그런 호노카는 아리사의 지적대로 하나도 즐거워 보이지 않아요. 즐거움을 원동력으로 삼아 여기까지 온 호노카인데도. '이제 막 시작한 참'이라는 유키호의 말에 말문이 막히는 것도 당연한 거에요. 지금의 호노카는 '이제 막 시작했을' 때의 호노카랑 명백하게 다르거든요.


그러니 뛰어넘을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건 지금껏 기적을 만들어온 호노카의 방식이 아니에요. 호노카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자신의 생각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존재지, 결코 이렇게 상황에 사로잡히고, 사람들의 생각에 휘둘리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니까 말이죠.


다시 회상. 물웅덩이를 뛰어넘기 직전, 어린 호노카는 뭔가 생각난 듯하더니 무척이나 즐거운 듯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방금 전까지의 초조함은 어디에도 없어. 그건 분명 초심을 떠올린 게 아닐까요.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즐거움을.


그리고 호노카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물웅덩이를 뛰어넘었습니다. 그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해요.


여성 싱어가 말하고자 했던 건 그런 겁니다. 즐거움으로 물웅덩이를 뛰어넘었던 그 시절. 그리고, 학교를 좋아해서, 학교를 위해 노래하고, 학교를 구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또 다른 그 시절. 그저 즐거웠던 그 시절의 마음을 떠올리면, 뭐든지 할 수 있었던 그 때를 떠올리면, 호노카는 언제든지 간단하게 '뛰어넘을' 수 있는 거에요. '그 시절'의 심정을, 호노카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학교를 위해서 노래를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를 만나 함께 러브라이브를 목표로 전력으로 달려서, 절대로 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에 손이 닿았다. 그건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마음껏 몰두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최고로 즐거웠으니까!"


그렇게 호노카는 자신의 초심을 되찾습니다. 그럼 이제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해야겠죠. 그녀는 늘 그런 식으로 달려왔으니까요. 그럼 호노카가 하고 싶은 건 뭐였을까요? 스쿨 아이돌로 남고 싶다. 그리고 스쿨 아이돌을 지키고 싶다. 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죠.


그 고민을 통해 멤버들이 내린 결론은 '정말 기쁘지만, 그래도 스쿨 아이돌로 남겠다'였습니다.​ 호노카도 그 생각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게 그녀의 장점이자 본질이죠. 도대체 언제부터 호노카가 이렇게 뭐는 하고 뭐는 안 하고 그랬나요? 하고 싶은 건 전부 해왔던 호노카잖아요.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해낼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잖아요. 그게 호노카의 방식이니까.


그러니 이번에도 둘 다 하면 되는 거에요.

 

 


Days Have Passed By


μ's는 다시 한 번 미래를 위해 노래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노래하는 건 자신들의 시작이 아니에요.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모든 기적을 이루고 끝을 맞이하게 된 μ's가, 자신들이 쌓아올린 빛을 쏟아내 스쿨 아이돌 모두의 새로운 시작을 노래하는 겁니다.


μ's가 지금 이 순간에 남겨두고 갈 커다란 빛을, 또 다른 누군가가 전력으로 따라와서, 이윽고 그 자신들이 빛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 모습은 최고로 아름다울 거라고, 최고로 즐거울 거라고 말하면서.


μ's의 선택은, 단순히 자신들의 힘을 빌려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마음 먹은 μ's는 거침없이 달려갑니다. 그 모습에 더 이상 망설임은 없어요. 남아있는 건 오직 즐거움 뿐. 수많은 스쿨 아이돌이 참가하게 될 합동 라이브를 우미는 이렇게 표현했죠.


"확실히, 그건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즐거운 라이브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μ's를 움직이는 건, 자신들에게 주어진 책임도, 주위의 기대도 아닌, 그저 즐거움인 거에요.


그리고 SUNNY DAY SONG 당일. 어디선가 꽃잎이 떨어지고, 호노카는 그것을 주워들고 무척이나 즐거운 듯이 춤추며 달려 나갑니다. 그 꽃잎은 1기 1화에서, 그러니까 '즐거웠던 그 시절' 호노카가 가능성을 노래하며 머리에 꽂았던 꽃과 같은 꽃처럼 보여요. 이제 언제든지 뛰어넘을 수 있게 된 호노카는, 지금의 우리들이라면 어디까지든 갈 수 있을 거라고 선언하죠.

그런 마음에서 만들어진 노래인 SUNNY DAY SONG은 즐거움 그 자체를 상징하는 곡이에요. 아마 '그 시절' 흘러나온 노랫소리는, 어린 호노카가 실제로 그 노래를 들었다는 게 아니라, 다시 즐거움을 되찾은 호노카의 심경을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μ's는 마지막 물웅덩이를 뛰어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 즐거움이야말로 최고라고 노래하면서. 어쩌면 팬들의 입장에서는 μ's가 그 빛을 그대로 가지고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는 편이 만족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이 작품을 보고 그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많이 있었고요.


하지만 μ's는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들을 위한 선택을 했습니다. 자신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한 결말을 원했어요. μ's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μ's다웠습니다. 스쿨 아이돌이란 이렇게 즐겁고 멋진 거라고, 그리고 누구나 그런 스쿨 아이돌이 될 수 있는 거라고, 너도 해보면 즐거울 거라고, 그렇게 말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러브라이브! The School Idol Movie는 그 제목 그대로 스쿨 아이돌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스쿨 아이돌을 위해, 말하자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그녀들의 여정도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하나 빼먹은 셈이 되는 거죠. 아직 극장판의 μ's는 자신들을 위한 행동을 하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그 결과로 나오는 게 '우리들은 하나의 빛'이에요. 온전히 μ's만을 위한 라이브.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μ's와 함께 달려온 시청자는 한 사람의 팬으로 돌아갑니다. SUNNY DAY SONG 이후 μ's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청자는 알 수 없습니다.. μ's가 해산한 이후 어떤 길을 갔는지도 알 수 없고요.


그저 일개 팬으로서, 그녀들만을 위한 마지막 라이브만을 지켜볼 수밖에 없죠.

 

저는 실감했습니다. 아아, 나는 팬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구나. 그녀들의 애인이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무슨 프로듀서 같은 게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나도 '스쿨 아이돌'이 되고 싶었던 거라고. 돌이킬 수 없는 청춘의 한 페이지를 눈부신 즐거움으로 가득 채우는, 그런 무언가가 되고 싶었던 거라고.


그런 마음을 μ's에 투영하고 있었던 거라고.
 
그런 μ's의 이야기는 제게 있어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야기인 동시에, 너무나도 가혹한 이야기였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바쁜 어른이 되어버린 저에게 '스쿨 아이돌'이 될 기회란 다시는 찾아 오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저는 μ's가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동경할 정도로, 질투날 정도로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끝을 맞이한 청춘을 한탄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멈추고 자신들을 영원 속의 아이돌로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지나가버린 그 순간이야말로 최고로 즐거운 것이었다고, 웃으면서 노래할 수 있는 μ's를, 저는 정말 좋아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었으니까요.


μ's는 더 이상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이 노래했던 찰나의 즐거움은 영원히 남을 거에요. 그녀들이 바랐던 대로 올해도 오토노키자카에는 신입생이 들어오고, 러브라이브는 3년 연속으로 돔에서 개최되고 있고, 아이돌 연구부에는 자발적으로 스쿨 아이돌이 되고자 찾아온 학생들이 가득합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누군가가 그녀들이 남겨둔 빛에 이끌려 내일로 나아갈 테죠.


러브라이브는 아이돌 작품답지는 않았을지언정, 끝까지 러브라이브다운 작품이었어요. 평범한 명작이 될 수 있는 쉬운 길을 갈 수 있었음에도 가지 않았어요.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실제로도 비난하고 있죠. 하지만 저는 그런 러브라이브를 따라와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μ's와 함께 한 시간들은 최고로 즐거운 것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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