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카이노 러브라이브! 선샤인!!

예를 들어, 누군가가 '러브라이브! 선샤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애니메이션을 본다. 곡을 듣는다. 서적을 읽는다. 게임을 한다. 그렇게 픽션의 세계를 즐기고, 작품을 좋아하게 된다. 대부분의 '시작'은 그런 식이겠죠.

그걸로 끝나는 사람도 있지만, 거기서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나서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벤트에 간다. 라이브를 본다. 성지순례를 한다. 이번에는 현실의 세계에서 픽션을 즐기고, 작품을 더욱 더 좋아하게 된다. 이걸 읽고 있는 당신은 아마 이쪽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걸로 끝나는' 건 아쉬우니까, 이런 블로그까지 보고 있는 거겠죠.

이벤트, 라이브, 성지순례. 그건 장르는 다를지언정, 본질적으로 같은 것입니다. 이야기를 '위'에서 들여다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현실이라고 하는 같은 층위에서 보는 것.

애니메이션과 같은 퍼포먼스를 현실에서 보는 것으로, 더욱 현실적인 감정을 얻을 수 있다. 애니메이션과 같은 풍경을 현실에서 보는 것으로, Aqours의 존재를 더욱 구체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픽션의 관측이 아니라 현실의 관측이기에 느껴지는 것이 있는 거죠.

그것이 어떤 감각인지, 당신은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 블로그에서도 계속 이야기해왔죠. 겹쳐져 보이는 픽션과 현실. 그 순간, 우리들은 현실을 통해 픽션을 느끼는 것이 가능하게 됩니다.

새삼스레 설명할 필요도 없는 기본적인 시스템입니다만, 가끔은 좀 이질적인 상황이 벌어지고는 해요. 단순히 '겹쳐져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겹쳐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엔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두 세계가 경계선을 넘어서 겹쳐지는 순간에 대해서.

 

Aqours×누마즈 여름축제 : 현실에 나타난 그녀들

2017년 7월 29일, 저는 '제70회 누마즈 여름축제'에 참가했습니다. 2017년. 애니메이션 1기와 1st 라이브라고 하는 커다란 스타트를 끊은 Aqours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해이며, 누마즈 여름축제와의 콜라보도 그 일환이었죠.

성지순례나 성지에서의 이벤트. 지금 이 시대에 그건 무척이나 평범한 것입니다. 당시에도 성지로서의 누마즈는 이미 확립되어 있었고, 갈 때마다 도시 내에서 점점 Aqours의 존재가 커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축제라고 하는 건 역시 특별한 거죠. 사람이 놀랄 정도로 잔뜩 모여 있습니다. 픽션을 추구하며 찾아온 순례자들이 아니라, 거기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서, 평범한 축제를 즐기고 있는 거죠. 애니메이션에선 그려지지 않았던 축제, 그려지지 않았던 사람들. 그 중심을 걷는다는 것은, 애니메이션의 무대로서 성지순례를 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현실'의 축제를 체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Aqours의 존재는 여전히 거기에 있습니다. 여러 장소에서 그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수많은 가게들이, 수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Aqours를 응원하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들은 평소 누마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만, 현실을 통해서 픽션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던 여행과는 감각이 전혀 달랐어요.

게다가, 스테이지 에리어에 가면, 누마즈의 무대에 서는 Aqours를 볼 수 있습니다. 그 무대의 출연자는 대부분이 누마즈의 사람들이에요. 누마즈의 시민, 단체, 로컬 아이돌, 물론 학생도. 그런 무대에서, 우치우라에 있는 우라노호시 여학원에서 온 Aqours라고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었죠.

평소에는 페스 같은 이벤트에 참가해도 자신들의 세계관을 우선시하는 Aqours입니다만, 이 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평소의 그 화려한 스테이지 의상이 아닌, 여름축제다운 평범한 유카타 차림. 높은 레벨의 노래나 댄스도 없고,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간단한 안무를 하나하나 설명하며 자유롭게 춤추고. 물론, 애니메이션을 비추는 스크린도 없고.

그건 지금까지 해왔던 '싱크로 라이브'가 아니었습니다. 현실의 층위에서 픽션을 느끼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어요. 성우들이 픽션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누마즈에서 살아가는 스쿨 아이돌로서 누마즈의 여름축제에 참가하고 있었어요. 그건 픽션의 '재현'이 아니었던 거예요.

늘 Aqours가 실존하는 것처럼 취급해왔던 사람들. 실존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주는 성지. 그런 일상에 축제라고 하는 비일상이 겹쳐지는 순간. Aqours의 존재가 현실에 나타나, 자연스레 스며들고. 픽션이 현실에 겹쳐져 체험에 압도적인 질감을 부여합니다.

Aqours는 이 축제의 주역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렇기에 누마즈라고 하는 '현실'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관측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경계선을 넘어서.

시간도 늦었고 집에 일찍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즉흥적으로 참가했던 불꽃놀이대회. 카노가와에서 나이아가라의 폭포와 함께 흐르는 '미숙 DREAMER'를 들으면서, Aqours는 분명히 여기에 있는 거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Aqours×리얼 탈출 게임 : 공상에 뛰어든 우리들

2019년 7월 27일, 저는 '학교제 라이브 중지의 위기로부터의 탈출'에 참가했습니다. 한여름에 개최된 축제, 라는 점에서는 누마즈 여름축제와 같죠. 그쪽과 마찬가지로, 축제라고 하는 건 역시 특별해서,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어요. 그러나 제가 거기서 제가 만난 것은, 현실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입장한 순간 거기는 현실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터인 우라노호시 여학원이고, 거기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터인 우라노호시의 학생들이고. 게다가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그려지지 않았던 축제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에서 분명히 그려졌던 축제고. 그건 현실을 통해서 픽션을 보는 게 아니라, 픽션의 세계 그 자체를 직접 체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장소나 풍경이 같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쿠로사와 자매가 퀴즈를 내거나, 요시코쨩이 점을 치거나 하고, 우라노호시의 학생들이 학교제를 성공시키기 위해 웃으며 노력하고 있죠. Aqours가 평소에 쓰고 있는 부실이나 소품 등도 볼 수 있고. 그런 장소에서 Aqours의 멤버나 우라노호시의 학생들과 대화하며 문제를 풀어나갑니다. 단순히 이야기의 전개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나 행동이 이야기에 직졉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되죠.

픽션의 주민들과 힘을 합치고, 가끔은 스스로 움직이고.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그곳은 픽션의 세계, 익숙한 풍경의 한복판이며, 하지만 우리들은 낯선 이야기를 만들어나갑니다. 그저 보기만 할 뿐이었던 픽션을 자기 발로 체험하고, 자기 손으로 바꾸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다 함께 만드는 학교제.

픽션을 좋아하는 오타쿠라는 건, 기본적으로 관측자에요. 독립된 이야기를 위에서 보기만 하는 존재. 하지만 우리들은 '그걸로 끝나는' 건 아쉬우니까 여기에 있는 겁니다. 이벤트에, 라이브에, 성지순례에 가는 건 어째서인가요? 그건 우리들이 즐거운 '체험'을 추구하고 있으니까. 그런 우리들이, 이 학교제에서는 미완성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가공의 매체 속에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현실에서.

픽션따윈 허구일 뿐입니다만, 그럼에도 우리들은 학교제라고 하는 '픽션'의 일부로서 실존하고 있었습니다. 관측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경계선을 넘어서.

픽션과 엮여 있는 두 개의 축제, 하지만 정반대의 형태로, 현실과 픽션은 하나가 됩니다. 우리들의 세계에 Aqours가 나타나거나, Aqours의 세계에 우리들이 뛰어드는 체험. 지역의 축제나 탈출 게임과의 콜라보 자체는 흔한 것입니다만, 현실과 픽션의 싱크로를 중시하는 '다 함께 이루는 이야기'를 뒤따라온 오타쿠로서는, 이 이상이 없을 정도로 특별한 최고의 체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학교제에서 돌아가는 길에 느낀 것은, 그런 상쾌한 기분만은 아니라......

 

 

여기서부터는 '학교제 라이브 중지의 위기로부터의 탈출'의 중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 공연이 종료되었습니다만, 그럼에도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으신 분은 페이지를 닫아주세요.

 

 

탈출에 실패한 이야기

'학교제 라이브 중지의 위기로부터의 탈출'은, 제목 그대로 중지의 위기에 처한 학교제 라이브를 속행시킨다는 내용입니다. 참가자는 여러 문제를 풀어 라이브의 준비를 돕게 되고요.

그리고 문제를 전부 풀고 라이브 준비가 끝나면, 뭇쨩에게 감사의 말을 듣고, 그 후엔 학교제 라이브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잠시 기다리고 있다보면 문제 풀이의 제한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엔딩으로 들어가죠.

학생들과 참가자들이 준비해준 라이브를 하기 위해 모인 Aqours. 그런데 어째선지, 라디오 방송국에 가있었던 리코쨩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도로가 차단되어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었죠. 게다가 리코쨩은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다 닳아서, 연락도 할 수 없습니다.

어떡해야 할지 고민하는 멤버들. 8명이서 할까? 그건 안돼. 하지만 어떡하지? 방법이 없다. 답이 나오지 않는 와중에, 리코쨩이 나타납니다. 참가자가 라이브 의상 운반에 썼던 헬기에게 의뢰해서 리코쨩을 이동시켜 주었다고. 덕분에 라이브는 무사히 개최되었고, 학교제 라이브 중지의 위기로부터의 탈출, 대성공입니다.

하지만. 그 '참가자' 중 한 사람인 저는, 리코쨩의 이동 의뢰 같은 건 한 적이 없습니다. 왜냐면, 그런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으니까요. 학교제 라이브 중지의 위기로부터의 탈출, 저 자신은 실패하고 만 것입니다.

초반에 '비가 내리면 일부 도로가 차단된다'고 하는 정보를 이용한 문제가 있었고, 마지막에 뭇쨩이 '관객들도 잔뜩 모여줬어'라며 보내준 사진에 우산을 쓴 관객들이 찍혀 있었습니다. 그 정도의 힌트만으로 스스로 도달해야만 하는, 말하자면 숨겨진 문제였던 거죠.

엔드롤 도중에는 모든 참가자들의 이름이 스크린에 표시되었고, 그 후 따로 '탈출 성공자'들의 이름이 표시되었습니다. 제가 참가한 회차의 탈출 성공률은, 대충 2할 정도였어요. 애초에 라이브 준비 자체가 안 끝난 사람들도 있었던 모양입니다만,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숨겨진 문제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겁니다.

종료 후, 인터넷에서 감상을 체크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이 제작자의 탈출 게임에선 자주 있는 작법인 모양이었습니다. 얼마 안 되는 탈출 성공자들의 대부분은 탈출 게임 경험자였고, 시작하기 전부터 '자주 있는 그거'로서 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즉, 탈출 게임에 관한 지식 없이 탈출에 성공한 사람은 한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거죠. (그 이후의 공연에서는 이전 참가자에게 힌트를 받아 클리어한 사람도 늘어난 것 같더라고요)

그야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페어하지가 않은 걸요.

이야기의 전개와는 관계 없는 타입의 숨겨진 요소라면 몰라, 엔딩으로 이어지는 최종 단계가 이래서야 성공은 지극히 어렵겠죠. 실제로도 성공률은 꽤 낮고요. 물론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어려운 조건을 클리어할 필요가 있는 게임도 흔합니다만, 그런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몇 번씩 다시 플레이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게 딱히 재도전 불가능한 게임은 아니지만, 두 번째 참가의 시점에선 이미 '어려운 조건'이 아니게 되어 있으므로, 회차 플레이 전제의 난이도라고 보기에도 어렵겠죠.

그렇기에 페어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다고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와, 이건 한방 먹었구나, 하는 감각, 그건 그거대로 즐거웠어요. 다른 탈출 실패자들도 비슷하게 느꼈던 모양이고요. 서술 트릭 같은 거죠. 중요한 정보를 일부러 숨기거나, 암묵의 룰을 깨부수거나. 그런 건 클리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어렵습니다. 하지만 재밌죠.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실패했다고 해도, 회장에는 리코쨩의 문제를 눈치채고 학교제 라이브를 성공시킨 사람들이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학교제 라이브는 성공했고, 실패한 저도 엔딩과 라이브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성공자들의 이름이 표시되었을 때는 박수가 나오기도 했고요. 게다가 결코 실패자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고, 많은 참가자들이 있었기에 성립되는 요소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다 함꼐 만들어낸 학교제'였기에, 마지막 반전도 즐거움 중 하나로 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숨겨진 문제를 눈치채지 못한 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저는.

리코쨩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오지 못한 이유가 판명되었을 때조차도, 제가 뭘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느긋하게 '헬기 타고 오면 되는 거 아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남 이야기처럼요. 왜냐면, 그런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으니까. 아무도 시키지 않았으니까, 안 했던 거죠.

물론, 그 시점에선 이미 성공/실패 판정은 끝났을 거고, 이제 와서 헬기에 이동 의뢰를 해봤자 시스템상으로는 실패로 처리되었을 겁니다만. 그럼에도, 충격이었습니다.

어째서 움직이지 않았던 걸까요. "정말로 픽션의 세계에 뛰어든 것만 같다"고 느끼면서도, 사실은 "어차피 허구일 뿐이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Aqours의 서사가, 이 학교제가 어떤 테마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스스로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Aqours가 어떻게든 해주겠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지금까지도 항상 그래왔으니까?

픽션에 뛰어들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체험. 하지만 결국은 현실의 방관자로 남았던 나. 그 사실에 충격을 느낀 채로, 엔딩에도 잘 집중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에도 뭐라 형언하기 힘든 마음이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언페어한 게임에 패배한 것은 즐거웠지만, 자기 자신에게조차 패배한 것은 복잡한 심정이었어요.

규칙에 따랐을 뿐. 타당한 판단을 했을 뿐. 그건 어차피 허구에 불과하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쉽겠죠. 하지만 오타쿠라는 건, 그보다 훨씬 픽션에 진지한, 실존하지 않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진심을 가지고 대하는, 그런 존재가 아닌가요. 적어도 저는 그런 오타쿠가 되고 싶었습니다만, 될 수 없었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픽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어떻게 임해야 하는가. 그 문제에 정답 같은 건 없습니다. 이 학교제가 그 정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현실과 겹쳐진 픽션이라고 하는 새로운 형태를 통해, 참가자는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었겠죠.

좋아하는 작품의 세계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 거기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자기 자신과 마주할 기회였습니다. 치카가 말했던 '분명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때'는 절대 오지 않겠지, 같은 시시한 생각은 하지 않는 나 자신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Posted by 사용자 플로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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