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카이노 러브라이브!


러브라이브는 매체마다 설정이 다르다,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만, 엄밀히 따지자면 그 말은 틀렸습니다.


러브라이브는 같은 매체 내에서도 설정이 달라요. 매체에 따라 다르다기보단 그냥 그 때 그 때 다른 거죠.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원안인 키미노 사쿠라코 씨의, 자기가 미리 짜둔 설정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성향 덕분입니다. 0살이었던 캐릭터가 생일을 맞아 0살이 된다고 하는 무시무시한 기행(...)을 저지른 덕분에 팬들에게 GOD이라고 불리고 있을 정도니까요.


어쨌든 그런 그녀가 만든 작품이다보니 러브라이브의 설정은 아시다시피 뒤죽박죽입니다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시점에서 러브라이브의 정사, 메인스트림은 애니메이션이라는 겁니다. '컨텐츠의 집대성으로서 기획된 애니화'라는 각본가의 언급도 있었고, 애니가 자리를 잡은 이후로는 각종 컨텐츠들의 설정도 애니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죠. 매체의 특성상 애니 내에서는 설정이 흔들리지 않고요.


그리고 이 러브라이브라는 애니메이션은 철저하게 μ's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지는 그녀들만의 이야기에 '당신'이 끼어들 여지는 없어요. 독자 참여 기획으로 시작된 작품이고, 다른 컨텐츠에서는 가끔씩 '당신'의 그림자가 드리우며, 현실의 러브라이브에서는 아예 '당신'을 10번째 멤버로서 다루고 있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의 μ's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기완결성을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


그녀들의 세계는 그녀들 9명만의 것이며, 다른 인물들(예를 들면, 아리사)의 침입을 불허합니다. Angelic Angel과 SUNNY DAY SONG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기도 하지만, 결국 μ's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신들을 위한 선택이죠.


마지막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곡, '우리들은 하나의 빛'은 그 자기완결성의 정점에 있습니다.


오로지 자신들만을 위해 준비한 곡과, 그것을 부르는 그녀들의 마지막 라이브. '당신'으로서는 그 라이브를 준비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게 어떤 라이브였는지 그 내막조차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 '당신'은 유키호와 아리사라고 하는 타인의 설명을 통해서, 그것도 과거에 있었던 라이브의 일부만을 들여다보는 신세입니다. μ's의 행적을 실시간으로, 바로 옆에서 두 눈으로 확인해왔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요.


현실의 러브라이브는 '당신'을 포함한 모두가 이루어내는 이야기였지만, 정작 당신이 좋아하는 픽션 속 μ's의 세계에 당신은 없습니다. 우리들 러브라이버는 그런 한계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Final LoveLive ~ μ'sic Forever♪♪♪♪♪♪♪♪ ~


서론은 이쯤하고 파이널 라이브 이야기를 해보죠. 정말 이 이상이 없을 멋진 라이브였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무척이나 많지만, 이번에는 한 부분에 주목해보고자 합니다. 오프닝 애니메이션이요.


작년에 있었던 5th 라이브에서도 애니메이션이 등장했었죠. 무려 현실의 μ's가 해왔던 콜-리스폰스를 애니메이션의 μ's가 재현한다고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현실과 픽션을 잇는, 러브라이브의 컨셉에 걸맞는 내용이죠. 거기에는 '당신'의 존재 또한 어렴풋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그 애니메이션은 어디까지나 서비스에 불과한 것이었어요. 정사에 포함될 만한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당신'은 그저 관객일 뿐이었고요.


하지만 이번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다릅니다. 오토노키자카, 알파카의 출산으로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알파카의 출산이라는 것도 2기 내용에서 이어지는 소재고, 극장판에서 뉴욕에 갔던 것을 언급하기도 하며, 지금이 SUNNY DAY SONG 이후의 시점이라는 사실을 대놓고 언급하기도 합니다. 서비스가 아닌, 메인스트림에서 직접 이어지는 내용이라는 거죠. 졸업하지 않고 오토노키자카 교복을 입고 있으니 아직 3월. 라이브를 한다고 하네요. 극장판 내에서 제시되었던, μ's의 마지막을 알리는 라이브.


이번에 '당신'은 무대 위의 아이돌과 관객으로서가 아니라, 학교라고 하는 사적인 공간에서 μ's를 만납니다. 그런 그녀들은 '당신'의 존재를 강하게 의식하고 말을 걸어오죠. 게다가 '당신'이 살고 있는 현실에서 파이널 라이브의 개최일은 3월 31일이며, 픽션 속과 마찬가지로 μ's의 마지막이 될 파이널 라이브입니다.


이런 장치들을 통해 현실의 파이널 라이브와 픽션의 파이널 라이브는 동일한 라이브가 됩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극장판 때와는 달리 '당신'이 존재합니다. 그 내막을 알 방법이 없었던 일개 관객으로서가 아니라, μ's와 함께 이 꿈만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온, 10번째 멤버로서.


그리고 '당신'은 극장판에선 그 내막을 알 수 없었던 파이널 라이브의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합니다. μ's와 함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콜을 넣기도 하고 때로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같이 라이브를 만들어갔죠. 그런 파이널 라이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우리들은 하나의 빛. 꽃봉오리가 열리며 노래가 흘러나오는 이 순간, 픽션의 파이널 라이브와 현실의 파이널 라이브는 완전히 하나가 됩니다.


그렇다는 건, 9명과 9명의 출연자도 '겹쳐졌다는' 이야기죠. 이 파이널 라이브의 순간만큼은, 같은 마음으로 파이널 라이브에 임하는 하나의 μ's가 된 거에요. 서로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두 μ's인데도 불구하고, 이 라이브에서만큼은. 오늘은 미나미 코토리 역의 우치다 아야가 아닌 미나미 코토리 그 자체가 되고 싶다던 웃치의 말처럼.


우리들은 하나의 빛은 μ's만을 위한 곡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스페셜 스테이지에 갈 때마다 그녀들만을 위한 곡을 합창하는 것에 위화감을 느꼈어요. 하지만 이 순간의 '당신'은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온 μ's의 10번째 멤버입니다. 그 날 그 순간, '모든 μ's'가 우리들은 하나의 빛을 불렀고, 지금이 최고라고 외쳤고, 그 모습을 본 이 곡의 작곡가 ZAQ는 이 곡이 '드디어 완성'되었다고 표현했죠. 그 말 그대로입니다.


그 내막이 비어 있던 μ's의 파이널 라이브는 이 순간, 비로소 완성되었습니다. 현실의 μ's와 픽션의 μ's는 하나가 되었고, 지금까지는 계속 배제되어 있었던 '당신' 또한 μ's의 10번째 멤버로서 이야기의 마지막을 장식했으니까요. 그것을 위한 애니메이션, 그것을 위한 보쿠히카였던 거에요.


글쎄요, 파이널 라이브의 진상 같은 건 저는 모릅니다. 가설이라면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진실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떤 이유에서, 어떤 의도가 담긴 자리였던 간에 그런 알 수 없는 진상 같은 건 우리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그런 불확실한 것보다도 확실한 게 있잖아요.


18명의 아이돌이, 수 백 명의 스탭들이, 수 만 명의 러브라이버들이 만들어낸 파이널 라이브는, 그 순간의 반짝임은, 분명하게 거기에 존재했던 '진짜'였으니까요. 그 너머에 어떤 내막이 있었던 간에, 그 순간의 우리들은 그것을 만들어진 가짜가 아닌 진짜로 만들었습니다. 그 어떤 것도 그 순간 우리들이 공유했던 마음을, 청춘의 한 페이지를 가짜로 만들 수는 없는 거에요. 그것만이 분명한 진실이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Posted by 플로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