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카이노 러브라이브! 선샤인!!


2017년 2월 25일, 26일, 퍼스트 라이브.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정말 좋은 풍경을 보고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라이브의 레벨이 무척 높았어요. 단순히 곡이 좋았다, 안무가 좋았다, 출연진이 예뻤다, 그런 레벨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체적인 완성도가 훌륭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진짜 사소한 것까지 공들여서 높은 퀄리티를 뽐내는 그 광경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이게 정말 퍼스트 라이브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사실 그 생각 그대로 이것은 퍼스트 라이브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따지고 보면 이번 라이브는 러브라이브! 시리즈의 7번째 라이브거든요. 출연진 이외에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봐도 되니, 레벨이 높은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죠. 라이브의 내용도 마찬가지예요. 이전의 라이브들에서 쌓은 경험들이나 파이널에서 도전해본 실험적인 요소들이 이번 Aqours의 라이브에서는 정말 완벽할 정도로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굉장한 메리트인 동시에 디메리트로서도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출연진의 실력은 기대에 걸맞게 충분히 훌륭해서, 합격점을 넘어선 상태입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6년의 경험치가 쌓여 있는 '출연진 이외의 요소'들을 따라갈 수 있는 정도는 아니죠. 현실적으로 무리잖아요, 그런 건.


비유하자면 레벨 10짜리 캐릭터가 레벨 100짜리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분명히 이들의 라이브는 처음일 터인데, 내용물이 너무 대단하다보니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고요. 1st 라이브라기보단 7th 라이브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 정도로요.


물론 레벨이 높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저도 무척 만족했고요. 그럼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가? 혹시나 누군가 우리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묻는다고 치죠.


"확실히 좋은 라이브이기는 했는데, 이게 μ's였으면 더 좋은 라이브가 되었던 건 아닐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 우리는, Aqours는 도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딱히 무언가를 까는 내용은 아니니까 안심하고 읽어주세요.



Aqours First LoveLive ~Step! ZERO to ONE~


이 라이브가 어떤 라이브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는 Aqours의 ZERO to ONE에 대한 이야기에서 했습니다. Aqours만이 가질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라이브. 결코 μ's의 열화 카피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라고 하는,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증명해야 하는 거죠.


그럼 실제로 결과물은 어땠는가?


이번 라이브에서는 애니메이션과의 동기화를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건 알기 쉬우면서도 확실한 방법이죠. 저번 파이널 라이브에서도 성공적이었으니까요. 라이브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애니메이션의 다이제스트. 애니메이션의 라이브를 차례대로 재현하는 세트리스트.


그리고 클라이막스에서는 13화의 연극 파트→MIRAI TICKET의 흐름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으로, 13화 리뷰에서 이야기했던, 작중의 관객=현실의 러브라이버의 공식을 반대 방향에서 적용합니다. 작중의 관객들은 Aqours의 이야기를 목격했었고. 현실의 관객 또한 목격하고. 10을 외치고, 회장을 같은 색으로 물들이고. 저번엔 픽션에서 현실으로, 였지만, 이번엔 현실에서 픽션으로.


그런 식으로 퍼스트 라이브는 현실과 픽션이 겹쳐 있는 상태를 만들고, 픽션 속에서 모자랐던 부분을 보충하는데 성공합니다. 정말 깔끔하게요. 2기를 위한 포석으로서는 충분하죠. 그리고 라이브는 딱 거기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0으로부터 1으로 향하는 한 걸음을 내딛는 것으로.


음, 좋습니다. 멋진 라이브예요. 하지만 이건 처음에도 말했듯이, '7th 라이브'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다 μ's 시절에 해본 걸 다시 하고 있는 거잖아요. Aqours의 퍼스트 라이브는 무난하게 재밌는 라이브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왜? 자기들이 무언가 보여주겠다고 선언했으니까.


"이 대단함은 과연 Aqours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굳이 Aqours일 필요가 있는가?"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겠다고 했으니까요.


파이널 라이브의 대단함은 라이브의 '구성'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퍼스트 라이브에서도 다시 한다고 해도, 물론 이번에도 명백하게 좋은 결과물인 건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그 때 같은 감동은 나올 수가 없겠죠. 하물며 여기에 서있는 건 μ's가 아니라 Aqours인 걸요. 쿠로사와 다이아의 말처럼, 실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무언가, 무언가 다른 어프로치가 필요해요.


'러브라이브!'의 7번째 라이브를 '러브라이브! 선샤인!!'의 1번째 라이브로 바꾸어줄 무언가. Aqours가 간신히 내딛은 첫 걸음의 너머에 있는 것을 제시할 무언가. 그 부족한 피스를 메꾸는데 성공한 것은, 두 사람의 멤버였습니다.



마음이여 하나가 되어라 : 아이다 리카코의 결실


TVA 시리즈를 통해서 보여준 μ's의 이야기와 Aqours의 이야기에서, 가장 큰 차이점, 분기점이 있다고 하면, 역시 사쿠라우치 리코라는 인물입니다. 거의 같은 플롯으로 진행되는 두 이야기에서, 외부에서 온 전학생이라는 설정 그대로, 명백하게 이질적인 행적을 보여주는 존재.


그 '이질성'의 내역은 하나하나 다 적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포스팅이 하나 나올 정도로 많으니 생략하고,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 리코의 특별함이 TVA '러브라이브! 선샤인!!'을 완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녀가 엮인 이야기에선 러브라이브! 시리즈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변하거든요.


그리고 그 특별함의 정점에 있는 것은 분명 11화 삽입곡 '마음이여 하나가 되어라'일 겁니다. 아직 가입하지 않은 거면 모를까, 작품 초반부터 멤버였던 캐릭터가 귀중한 라이브씬에 참가하지 못한다고 하는, 아이돌물로서는 정말 터무니없는 전개인데도, 오타쿠들의 헤이트를 끌어모으긴커녕 우수한 '이야기'로 완성시키는데 성공한... 상상도 못할 전개였죠. 그야말로 이 작품이기에 가능한.


리코가 핵심이 되는 곡인데 리코는 노래하지 않는다는 것만 봐도 어마어마하잖아요?


어쨌든 무척 특별한 곡입니다만, 이번 라이브에서도 굉장한 서프라이즈와 함께 등장했습니다. 혹시 이런 거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야 다들 해봤겠지만 이성적으로는 그게 진짜로 가능한가 싶은 연출이었어요. 피아노 경험이 전혀 없다고 하는 생초짜가 얼마 되지도 않는 준비 기간에 이 정도 난이도의 곡을 외운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처럼 보였거든요.


게다가 뭐 어디 쬐끄만 발표회 참가한 것도 아니고,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약 12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그것도 이번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 연습 기간은 고작 수 개월. 허들이 좀 높네~ 정도로 끝날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 같으면 절대 안 했을 거예요.


그리고 긴장으로 몸이 굳은 상황에서도 1일차는 무사히 완주. 이건 단순한 서프라이즈가 아니라, 굉장히 의미 있는 연출이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이건 좀 무리라고 타협했다면 결국 현실≠픽션으로 끝날 수밖에 없거든요. 라이브의 메인이었던 애니메이션과의 동기화가 애매하게 되어버리는 거죠. 그렇기에 라이브의 완성도를 위한 그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고요.


여기까지라면 다들 노력했네~ 대단해~ 정도로 끝났겠지만... 2일차, 아시다시피, 실패.


솔직히 1일차에 이렇게 되었어도 이상할 게 없었어요. 위에서 말했듯이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스러운 시도였거든요. 아무도 그녀를 탓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야 차분하게 집중해서 연주하면 어떻게든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이라는 게 늘 만전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첫 부분의 실수. 이 시점에서 연습량도 난이도도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아실 테지만, 순간의 실수를 수습할 수 있는 기량이라는 건 초심자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가뜩이나 중압감에 짓눌리는 자리인데, 그 위태로운 상태에서 실수를 하는 순간, 간신히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던 멘탈은 그대로 터져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노력마저 물거품으로 만들지도 모른다고 하는 공포. 죄책감으로 가득해져서. 악보를 떠올리긴커녕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그 순간 당사자의 심정은 그 단편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워지고, 그녀가 입에 담은 사과의 무게는 보는 사람의 호흡마저 멈추게 만들 정도로 무거운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라이브가 거기서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아, 망했구나, 하고. 첫 번째 타이밍에서 실수하고, 그 실수를 모른 척 넘길 수 있었던 두 번째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끝내는 무너져서 울음을 터뜨리고. 이건 결코 간단히 회복할 수 있는 데미지가 아닙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거든요.


이렇게 되면 그 다음은 처음보다 어렵습니다. 평온한 마음으로 해도 긴장되는 것을, 그리고 이미 실패한 것을, 머릿속의 리소스를 온갖 네거티브가 전부 점령해버린 상태에서 다시 하라니요. 무리죠. 또 실패해도 이상할 게 없는, 오히려 실패하지 않으면 이상한 상황.


누군가는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멤버도 좋고, 현장의 권한을 쥐고 있을 누군지 모를 책임자도 좋고. 아니면 거기에 있는 팬들이라도. 라이브를 중지하고 수습한 후에 다시 하든지 안 될 거 같으면 아예 끝내버리던지 하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근데 아무도 안 말리더라고요.


팬들이야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그렇다쳐도, 멤버들과, 그 상황에서 GO 싸인을 내린 누군지 모를 책임자들은, 이어질 실패의 가능성을, 물론 아예 생각하고 있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두 번째 실패하면 그 때는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되는데도.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리캬코를 끌어 안으며 괜찮다고 말하던 스즈키 아이나. 처음엔 그냥 괜찮다고만 하니까, "실수했지만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는, 격려의 의미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뒤에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절대로 괜찮아."


절대로. 미지의 것에 대한 보증. 이미 지나간 일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즉, 다음에는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하는. 모두가 얼어붙은 그 현장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짧은 한 마디가 어찌나 그렇게 무겁게 와닿던지.


어쩌면 거기에 있었던 모두가 단순한 바보였던 걸지도 모릅니다. 아무 근거도 없는 주제에 위험한 선택을 했던 것뿐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분명한 건, 그 선택에는 분명 아이다 리카코에 대한 신뢰가 있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믿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선택이고, 할 수 없는 말이죠, 그건.


이어진 전개는 라이브 일시 중지가 아니라, 팬들의 응원 속에서, 눈물을 삼키면서도, 끝까지 연주해내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마지막 건반을 누르는... 정말 이게 논픽션인지 믿기지 않는 드라마틱한 상황.


그걸 보고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런 상황에서 완주에 성공하다니, 그 너머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연습이 있었던 걸까요. 1분이나 될까 말까 한 그 짧은 시간에, 멤버들과 관객들의 격려만으로 멘탈을 수습하고, 첫 번째보다 훨씬 높아진 허들을 넘어서다니요. 그게 도대체 무슨 정신력인가요. 도대체 그것을 기적 이외의 무슨 단어로 표현해야 할까요.


그야 이번 사건은, 러브라이브!의 7th 라이브, 프로의 상업으로서는 처참한 실패죠. 1일차에서 보여준 완벽함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순간이었어요. 상식적으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Aqours의 1st 라이브로서는 어떤가요? 지나치게 대단했던 나머지 오히려 좀 와닿지 않는 1st 라이브.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어진 가면 덕분에 그 너머에 도대체 뭐가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듯한 거리감. 대단하고 재밌기는 한데, 무언가 특별한 것이 보이지는 않는 애매함.


그런 것들이 전부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무대 위에 서있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 자리에 있는 건지. 그 자리에 서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온 건지. 그 장소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이 라이브에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순간이었어요.


그야말로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된 순간에, Aqours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녀들의 꾸밈없는 본모습이 드디어 드러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나미 안쥬가 말했던 것처럼요.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요. 살면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실패들. 그것을 넘어서지 못했던 쓰라린 경험. 하지만 Aqours는 원래라면 처참한 실패로 끝났어야 할 상황을 역전극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너무 대단한 것이 오히려 문제였던 라이브에서, 그 완벽함이 무너져내린 후에 찾아온 기적. 멀게만 느껴지던 사람들이 보여준 인간적인 모습. 그런 광경을 보고도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단순히 러브라이브!의 신작이라서가 아닌, Aqours 그 자체에게 1표를 줄 수밖에 없는, 그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에 충분한 '무언가'였다고 생각해요. 그 이질적인 기적의 중심에 있는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사쿠라우치 리코 역의 아이다 리카코씨라고 하는 것은, 뭔가, 굉장한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말밖엔 나오진 않습니다.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어요.



우리들의 이야기 : 타카미 치카≠이나미 안쥬


Aqours의 리더, 이나미 안쥬. 초기 무렵의 인상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나쁜 사람처럼 보였다는 게 아니라, 엄청 위태로운 구석이 있었어요. 좀 강박 관념 같은 게 있어보였다고 해야 하나.

"내가 리더니까. 꼭 성공해내야만 해. 모두를 이끌어야 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분위기가 물씬 풍겨오는. 너무 강하게 마음을 먹은 나머지, 그것이 언제 터져버려도 이상할 게 없을 듯한. 스스로를 지나치게 몰아세우고 있는. 그리고 그것이, 다른 멤버들과의 관계에서도 어렴풋이, 때로는 분명하게 드러나는.

실제로 각종 인터뷰를 보면, 그런 종류의 중압감에 휘둘리고 있었던 건 사실인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도 러브라이버 중 한 사람이었는 걸요. 평범한 러브라이버가 어느 날 갑자기 러브라이브! 시리즈의 리더가 된 거라고 생각해보면...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하라고 할 수 있겠어요. 가혹한 이야기죠.


그랬던 이나미 안쥬입니다만, 시간이 갈 수록 조금씩 변하는가 싶더니, 이번 라이브에서는 그녀 자신의 진짜 가치를 보여주는데 성공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라이브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이전에는 너무 많은 것들을 끌어안고 있어서, 라이브를 즐긴다기보단 소화해낸다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전혀 달랐죠. 정말 누가 보기에도 즐거워보이는.


그렇다고 리더로서의 역할을 내던진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리더로서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어요. 멤버들과의 관계도 훨씬 자연스러운 느낌이 되어 있었고요. 특히, 2일차 '마음이여 하나가 되어라'에서는, 완벽한 리더로서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생기자 바로 리캬코에게 달려가는 결단력. 배려심.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멤버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서 웃는 얼굴로 재도전을 이끌고.


무엇보다도, 곡이 끝난 후에, 그것이 명백한 실패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라이브잖아, 이런 일도 있으니까 즐거운 거지"하고 말할 수 있다는 게 대단했어요. 실패마저도 즐거운 것으로 취급해버리는. 예전의 그 이나미 안쥬씨였다면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은 말이었거든요. 단순히 리더로서 그럴싸한 격려의 말을 내뱉은 게 아니라, 진짜 본인도 라이브가 즐겁다고 생각했기에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런 변화는 타카미 치카를 보는 것 같죠. 천성이 치카라던가, 성캐일치라던가, 그런 말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이나미 안쥬 본인도 몇 번 부정했던 이야기니까요. 그런데도 이 두 사람의 성장이 닮아 있는 건, 안쨩이 직접 말했듯이, 치카에게 크게 영향 받았기 때문이겠죠.


역시 러브라이버구나, 하고 생각해요. 그들 자체가 반짝임이자 우상이었던 μ's와는 다릅니다. 어디까지나 반짝임을 뒤쫓는 사람. 러브라이브!를 좋아해서, μ's를 동경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언가에 도전해보는 사람. 그 도전이란 누군가에게는 그림이기도 하고. 글이기도 하고. 여행이기도 하고. 라이브이기도 하고. 다만 이나미 안쥬는, Aqours는, 그 형태가 '러브라이브! 선샤인!!의 성우'였던 것뿐이죠.


그런 식으로 도전하는 사람은 정말 멋지지 않은가요. 러브라이브!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것을 꿈꾸지 않았던가요. 지금은 러브라이브!의 일부이면서도, 여전히 러브라이브!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μ's를 보면서 느꼈던 동경심을, 어쩌면 이루어줄지도 모르는 사람들. 닿지 않는 별이었던 μ's와는 달리, Aqours는 '우리들'의 일부로서 존재합니다. 응원할 수밖에 없잖아요. 이런 건.


작품에 영향을 받으면서. 치카에게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해나가는 모습.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사람에서, 무너질 뻔한 라이브를 성공으로 이끌어나가는 리더가 된 이나미 안쥬는, Aqours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모든 걸 즐기고, 모두와 함께 나아가고 싶어. 그게 분명, '반짝인다'라는 거라고 생각해."


TVA의 마지막에, 타카미 치카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나미 안쥬 또한 그런 생각에 진심으로 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건 그녀가 '타카미 치카의 성우'라서가 아니예요. 타카미 치카 그 자체라서가 아니라, 타카미 치카와 함께 걸어온 이나미 안쥬이기에 손에 넣은 결과죠.


그리고 그건 다른 멤버들도 (방향성은 저마다 다를지언정) 마찬가지에요. 코바야시 아이카와 후리하타 아이에게 마음이 갔던 건, 자신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캐릭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였으니까. 스즈키 아이나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건, 마리와 닮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자기 말마따나 마리의 영향으로 성장했음을 증명해냈으니까.


참 아이러니한 이야기입니다. 라이브의 본 목적은 캐릭터=캐스트를 성립시키는 거였잖아요. 피아노 연주도 그 일환이고. 하지만 그런 목적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잘 만들어진 가면은 벗겨져버리고, 거기서 모습을 드러낸 건 캐스트들의 본 모습. 하지만 그건 무척이나 매력적인 것이었어요. 완벽한 연기자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들과 같은 것을 추구하는 드리머로서의 모습이야말로 오타쿠들을 사로잡은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닌, 그 너머에 있는 '진짜' 모습이야말로요.


러브라이브!를 사랑하는 러브라이버들의 이야기. 누군가의 팔로워로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 나도 빛나고 싶다는 하나의 마음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9명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저는 그것이야말로 러브라이브! 선샤인!!의, Aqours의 마지막 피스라고 생각해요.


이번에야말로 내딛은 첫 걸음. 그들은 이제 더 이상 0이 아닙니다. Aqours는 드디어 그들 자신으로서 인정받는데 성공했습니다. μ's가 넘겨준 것들을 이용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그들 자신만의 역량으로서. 저는 늘 이런 것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런 것을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퍼스트 라이브를 통해 드디어 하나가 된 우리들. 지금부터는 '우리들만의 신세계'로 향하는 두 번째 발 걸음을 내딛게 되겠지요. 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무엇일지, 지금은 무척이나 기대되네요. 그러니까 2nd 라이브 투어 티켓 좀 당첨되게 해주세요.

Posted by 사용자 플로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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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삭마을 2017.02.28 2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접 라이브를 보진 않았고 사실 원래부터가 실제 라이브엔 관심이 없어서 뮤즈때도 파이널 외엔 보지 않았는데다가(파이널이 아니었으면 6th라이브는 안봤을 것임)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었지만 그때의 열기가 느껴져 오는 글을 보고 나중에라도 꼭 BD를 구해서 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